알울라, 사막이 품은 고대 유적의 보고
중동 여행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알울라(AlUla)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한 번 발을 디디면 평생 기억에 남을 풍경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2000년 전 나바테아 왕국이 번성했던 고대 도시로, 요르단의 페트라와 같은 시기에 문명을 꽃피웠습니다. 특히 헤그라(Hegra, 마다인 살리흐)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적지로, 로마 이전의 석조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유산들은 모래와 바람 속에서 천천히 그 형태를 드러내며 방문자에게 시간 여행을 선사합니다. 기원전 1세기경 조각된 무덤들의 정교함, 절벽을 깎아 만든 신전의 웅장함, 붉은 사암 절벽 사이를 거닐다 보면 마치 고대인의 시선으로 오늘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디단 왕국 유적, 라이언의 무덤, 자말 바위(낙타 바위) 등 다양한 유적지는 여전히 발굴 중이며, ‘살아 있는 유적지’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현장감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알울라에서의 감성 체류 –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
알울라의 매력은 고대 유적뿐 아니라, 사막이라는 공간의 미학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여행 인프라에도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유럽이나 동남아와 달리, 알울라는 여전히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특별한 감성을 누릴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체험 중 하나는 사막 글램핑입니다. 전통적인 베두인 텐트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고급 캠프에서는, 낮에는 광활한 붉은 모래벌판을 감상하고 밤에는 수천 개의 별빛 아래에서 머물 수 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하늘 아래에서 별을 바라보는 경험은 어떤 리조트에서도 누릴 수 없는 알울라만의 특권입니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현대 예술과 디자인이 접목된 공간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라야(Marayya)'는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 최대의 거울 건축물로 기네스에 등재되었으며, 사막 풍경을 건물 외벽에 비추어 자연과 건축이 하나 되는 예술적 감각을 선사합니다. 이외에도 각종 국제 예술제, 문화 축제, 팝업 아트 전시 등이 알울라를 무대로 펼쳐지고 있어, 단순한 유적 관람을 넘은 ‘문화 체류형 여행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행자를 위한 실용 가이드 – 언제, 어떻게, 무엇을
알울라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리야드(Riyadh)나 제다(Jeddah)를 거쳐 국내선 혹은 전세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직항편은 없지만, 중동 허브 공항인 두바이, 도하, 아부다비를 경유하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우디 정부의 관광 활성화 정책에 따라 전자비자(eVisa) 발급 절차도 간소화되어, 한국인 관광객에게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방문 적기는 10월~3월 사이의 건기 시즌입니다. 이 시기에는 사막의 낮 기온은 따뜻하지만, 아침과 밤은 쌀쌀하니 겹겹이 입을 수 있는 옷차림이 필요합니다.
또한, 알울라 지역은 차량 이동이 필수이므로, 가이드 투어나 SUV 차량 렌트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체험으로는 다음을 추천드립니다:
열기구 투어: 이른 아침, 사막 위를 비행하며 유적과 바위산을 내려다보는 감동적인 경험
스톤 캐니언 하이킹: 붉은 사암협곡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
로컬 체험 프로그램: 향신료 공방, 베두인 음악 체험, 전통 요리 클래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팁은, 알울라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 위해서는 3박 4일 이상의 여유 있는 일정을 잡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으로는 이 도시가 가진 정적의 미와 문화적 깊이를 오롯이 느끼기 어렵습니다.
마무리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울라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중동의 새로운 얼굴입니다. 고대 유적과 예술, 자연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이 도시는 ‘관광’ 이상의 내면적 울림을 주는 여행지입니다. 만약 일상에 지치고, 흔한 여행지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알울라는 분명 잊지 못할 한 페이지를 선물해줄 것입니다.
사막은 침묵하지만, 그 속엔 수천 년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러, 지금 알울라로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