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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교에서 만나는 왕실의 안식처, 나스(Nasu) 여행기

by choi-yw96 2025. 4. 6.

온천, 자연, 그리고 일본 전통의 여운을 품은 마을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불과 70분.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지만, 도착한 그곳은 완전히 다른 리듬의 공간이었다. 숲이 우거진 길, 맑고 선선한 공기, 그리고 산기슭을 따라 피어오르는 온천 수증기. 도치기현의 나스(Nasu)는 도심의 소음과 일상을 잠시 잊고 싶을 때, 마음이 먼저 떠나는 그런 여행지다. 일본 황실이 사랑한 휴양지로서의 품격은 물론, 지역 고유의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져 조용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곳. 오늘은 그런 나스의 진짜 얼굴을 소개해본다.

 

도쿄 근교에서 만나는 왕실의 안식처, 나스(Nasu) 여행기
도쿄 근교에서 만나는 왕실의 안식처, 나스(Nasu) 여행기

천년의 숨결을 간직한 나스 온천 마을


나스 지역은 오래전부터 온천으로 유명했다. 특히 나스 유모토 온천(那須湯本温泉)은 1,3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온천지로, 에도시대부터 무사와 귀족, 그리고 황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피로를 씻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가장 유명한 온천 료칸 중 하나는 산라쿠(山楽)나 오모리 료칸 등으로, 나무 구조와 전통 정원이 조화를 이룬 건축미와, 계곡과 산을 배경으로 한 노천탕이 일품이다. 특히 유황을 머금은 유백색 온천수는 피부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피로 회복과 혈액 순환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나스시오바라 온천 호텔들도 많아, 전통과 모던의 조화를 찾는 여행자들에게도 적합하다. 저녁에는 전통 가이세키 요리를 즐기며 지역 특산물인 산채 요리와 유바(두부 껍질 요리)를 음미해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경험이다.

 

차우스산과 나스 고원: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가진 자연


나스의 자연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체험’의 형태로 여행자와 교감한다. 그 중심에는 차우스산(茶臼岳)이 있다. 해발 1,915m의 활화산으로, 정상에서는 나스 고원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특히 나스 로프웨이를 타고 9합목까지 올라가는 코스는 접근성이 좋아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산행 중간 중간에는 증기를 뿜는 지열 구역과 화산 바위들이 등장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봄에는 벚꽃과 철쭉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과 초록빛 숲이, 가을엔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겨울에는 설경 속 온천 여행으로 바뀐다. 사계절 모두 독특한 얼굴을 지닌다.

또한, 산 아래 펼쳐진 나스 고원은 승마 체험, 자전거 트레킹, 치즈 공방 체험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어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도 적합하다. 이곳은 말 그대로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실이다.

 

일본 황실의 휴양지, 그리고 전통 문화의 향기

나스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일본 황실의 별장이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나스 황실 별궁(那須御用邸)은 일반 공개는 되지 않지만, 그 인근의 나스 황실 공원(御用邸記念公園)은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이다. 고요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왜 이곳이 황실의 휴식처로 선택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다.

또한, 나스 도예 마을이나 목공 예술 공방, 대나무 공예 체험장 등 전통 기술을 이어가는 소규모 체험장도 흥미롭다. 직접 찻잔을 빚고, 대나무 소품을 만드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기억에 남는 문화적 체험으로 남는다.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이 지역에 아틀리에를 열고 새로운 문화 감성을 불어넣고 있어, 예술과 전통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마무리: 도심을 잠시 벗어나, 나스의 시간 속으로


나스는 관광지라기보다는 ‘머물러야 진짜가 보이는 곳’이다.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마음을 치유하는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숲길을 걷고, 전통 공예를 체험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가 느긋한 리듬에 맞춰져 있다는 걸 느낀다. 도쿄 근교에서 이렇게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일본 여행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일이다.

자연, 전통, 온천, 문화. 나스는 그 모든 것의 교차점에서 우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