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지구 한복판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이 섬나라를 떠올리면, 새하얀 눈밭과 오로라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여름의 아이슬란드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백야(Midnight Sun) 시즌은 여행자에게 상상도 못 한 매력을 선사하죠.
해가 지지 않는 하늘, 거대한 폭포와 지열지대, 그리고 따뜻한 온천 속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한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 골든서클 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레이캬비크 – 밤 11시에도 붉은 노을이 머무는 도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는 소도시지만 정갈하고 예쁜 감성으로 가득한 도시예요. 백야 시즌(6~8월)에는 해가 거의 지지 않아서, 새벽 1시에도 길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커피 한 잔 들고 거리를 걷기 딱 좋아요.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할그림스키르캬 교회(Hallgrímskirkja). 약간은 우주선처럼 생긴 외관이 인상적이고, 꼭대기에 올라가면 레이캬비크 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요. 특히 밤 10시쯤 올라가면 붉은 노을이 도시 위에 펼쳐져서, 정말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답니다.
그리고 하르파 콘서트홀(Harpa Concert Hall)도 놓치면 안 돼요. 유리로 된 외벽에 바다와 하늘이 비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저도 사진 백 장은 찍은 것 같아요. 마침 근처에서 버스킹도 하고 있었는데, 백야의 노을 아래 기타 소리를 들으니,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추천 팁
레이캬비크에서는 시내버스 대신 도보 여행을 추천드려요. 카페, 서점, 디자인숍 등 걷다 보면 계속 들르고 싶어지는 공간들이 가득해요!
골든서클 – 지구의 숨결을 직접 마주하는 여정
레이캬비크에서 차로 약 1시간 반, 아이슬란드 여행의 하이라이트 골든서클(Golden Circle) 코스에 도착했어요. 보통 당일치기 투어로 많이 다녀오는데, 전 렌터카로 천천히 둘러봤답니다.
1️⃣ 씽벨리르 국립공원(Þingvellir)
첫 번째 목적지는 씽벨리르 국립공원. 여긴 유럽과 북미 대륙판이 갈라지는 바로 그 지점이에요. 실제로 바위 절벽 사이에 길게 갈라진 틈이 있고, 이 위를 걸어가는데 묘하게 경건한 느낌까지 들었어요. 지구가 지금도 ‘살아있다’는 게 느껴진달까요.
그리고 여긴 세계 최초의 의회가 열린 장소이기도 해요.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아주 특별한 곳이죠.
2️⃣ 게이시르 지열 지대
두 번째는 게이시르(Geysir)! 땅이 펄펄 끓고 있는 곳이에요. 가장 활발한 스트로쿠르(Strokkur)는 약 5~10분마다 하늘로 물기둥을 뿜어 올리는데, 처음 보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저는 무심코 카메라를 내렸다가 터지는 순간을 두 번이나 놓쳤어요
근처는 유황 냄새가 진하게 나지만, 신기하게 익숙해지더라고요. 여긴 정말 ‘아이슬란드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이에요.
3️⃣ 굴포스 폭포(Gullfoss)
마지막은 굴포스, 아이슬란드어로 ‘황금폭포’라는 뜻이에요. 어마어마한 폭포인데, 햇살이 쏟아질 땐 수증기 속에 무지개가 여러 겹으로 뜨기도 해요. 저도 운 좋게 이중 무지개를 봤는데, 말로는 설명이 안 돼요. 그냥, ‘와…’ 한마디. 백야의 빛 속에서 반짝이는 그 장면은 평생 기억에 남을 거예요.
밤 11시에 온천욕? 백야 속 액티비티의 매력
아이슬란드 백야 여행의 묘미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이에요. 밤 10시에도 하늘이 밝으니, 뭘 해도 다 ‘낮’ 같아요.
시크릿 라군 온천
시크릿 라군(Secret Lagoon)은 블루라군보다 한적하고 자연에 더 가까워요. 수증기 피어오르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맥주 한 잔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냥 말이 안 나와요. 백야의 은은한 햇빛 속에서 온천이라니, 세상 낭만 다 모아놓은 순간이에요.
승마 & 하이킹
백야 시즌엔 저녁 늦게도 아이슬란드 토종 말(Icelandic horse)을 타고 트레일을 돌 수 있어요. 말이 정말 순하고 귀여워요. 걷다 보면 산책길 옆으로 양 떼도 보이고, 들판에 햇살이 가득 퍼지는 모습이 영화 같아요.
또, 백야 하이킹도 추천드려요. 저는 밤 11시에 출발해서 작은 언덕을 올라갔는데, 아침같이 밝은 하늘 아래서 붉게 물든 평원을 바라보는 기분… 이건 진짜 아이슬란드에서만 가능한 체험이에요.
마지막으로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낯선 익숙함’이에요. 해가 지지 않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 뭔가를 하고 싶어지는 에너지가 있어요. 도시와 자연, 고요함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이 나라에서 보낸 백야의 시간은, 제 인생 최고의 여행 중 하나로 남았어요.
혹시 이번 여름, 조금 색다른 여행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백야의 아이슬란드’, 꼭 리스트에 올려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 여행 정보 요약
🛫 항공: 인천 → 레이캬비크 (보통 유럽 경유)
📆 추천 시즌: 6월 중순 ~ 8월 초 (백야 절정기)
🚗 이동: 렌터카 or 데이투어 (골든서클은 당일 가능)
🧖♀️ 준비물: 바람막이, 수영복, 휴대용 충전기, 여분 SD카드